삼청동에 찾아 온 베트남의 화해, 호찌민 동상

이재명정부 출범 후 첫 국빈 방문 해외 정상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서기장의 방한에 맞춰 서울 삼청동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서는 호찌민 주석의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독립과 자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한글로 적힌 동상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선명한 한글 궁서체로 부조되어 있어,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호찌민은 미국이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일으킨 침략 전쟁에 맞선 베트남의 영웅이며, 눈먼 돈을 쫓아 살인용병으로 참가한 한국군의 적장이기도 했다. 한국은 유엔의 승인을 받지도 않고, 미국의 뜻을 따라 아무 원한도 없는 베트남인들을 죽이기 위해 참전했다.

필자가 군 생활 시절, 베트남전 참전 용사로 중대 인사계를 지냈던 모 중사가 자랑스럽게 떠든 참전 일화는 '강간'이다. 당시에는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지금처럼 처벌되는 시절이 아닌 탓에 더욱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지만, 듣는 이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비참한 기억 중 하나다. 생각해 봐라. 야전 교육장에 앉아 늙다리 중사의 어린 여자애 강간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한국군은 고용주인 미국의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러 간 용병들이다.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으며, 먼 미래에 어떤 기준이 정해졌을 때, 자칫하면 한국이란 국가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는 문제다.

세계사 최초로 다른 나라의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기 위해 정규군을 파견한 나라가 한국이었다는 사실을 역사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민족은 존재 이유가 희박하다. 그러면서 북한이 정규군을 러시아에 파병한 것은 비난하는 게 지금 한국 보수우파의 도덕적 기준이다. 교활하기 그지 없다.

현재의 베트남이 한국과의 협조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그들의 가슴에 남은 한국군의 잔혹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치욕을 안겨주고 돈을 번 한국이라는 나라에, 국가의 최고 영웅 동상을 세우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분명한 화해의 메시지지만, 우리는 오히려 우리의 잘못을 드러내고 반성해야 한다.

호찌민 주석의 동상이 서울 한복판에 세워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일부 보수 언론에서 못마땅하게 기사화한 것은, 매우 부끄럽고 졸렬하며 비인도적이고 사악한 모습이다. 용서의 손을 내민 피해자의 손에 침을 뱉는 사회는 결코 좌시되지 않는다. 느리지만, 세계사는 정의를 향해 아주 조금씩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